2008년 04월 09일
컨설턴트에 대한 오해(III)
컨설턴트의 실제 24시간
안 떠지는 눈을 집사람의 성화 속에 띄워보며 시계를 바라다 본다. 8시 ! (겨우 4시간 잤구나) 젠장, 오늘도 또 늦었군. 하면서 일어나 보지만 몰려오는 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컨설턴트하면서 자신있던 것은 체력하나였는데 이제는 이것도 자신이 사라진다.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아보지만 무슨 맛이 있겠는가? 잠도 덜깼고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뜨는둥 마는둥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복도에 떨어진 신문 2종류를 보고 쭈그려 앉아 간단히 1면과 끝면 제목만 보고 집에 던져 넣고 갈 길을 재촉한다. (뭐 이래도 신문 다 본거잖아.. 하고 위로하면서 )
출근하는 지하철에는 나와 같이 지각하고 출근하는 사람도 꽤 보인다.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다른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약간은 여유로운 지하철 공간을 바라다 본다. 저 멀리 늘씬하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다가 어제 불같이 화를 낸 고객과 PM의 목소리가 귀에서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 이번 고객은 왜 이리 변덕이 심하고 자기 잘랐는지… 컨설턴트가 이야기 하는 것은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것은 과거에 다 검토해봤다고만 이야기를 하지 왜 회사에 맞지 않는지, 무엇 때문에 검토하다가 중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방안 내놓으라고 달달 볶기 시작하는데… 이건 뭐 고객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맞춰보라고 하는 심산인 듯 하다. 에휴 학교 다닐 때 시험이 차라리 쉬웠는데… 그건 답이라도 있잖아.
지하철 선반위에 있는 무가지 신문을 보고 신문의 내용을 보기 시작한다. 이런 고마운 신문이라도 있어서 사회 흘러가는 내용은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곧 만화면을 넘겨 내용을 읽기 시작한다. 물론 인터넷에서 결론까지 다 볼 수 있지만 괜히 회사에서 그런 것을 보다가는 고객 또는 PM에게 잔소리 듣기 싶상이라 아날로그 형태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늦은 출근이 고객은 못 마땅한 것 같다. 어제 새벽 2시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 고객은 날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는지. 원… PM이 불러서 가보니 어제 분석한 것이 자기와 방향이 맞지 않는단다. 왜 분석한 결론이 이거냐고 따지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 말은 통하지가 않는다. 열심히 한바탕 깨진 후 자리에 돌아와 메일을 열어본다. 글로벌 본사에서 이런 저런 메일을 보내왔는데 늘 그렇듯이 바로 휴지통에 보내버린다. 쓰잘데기 없는 메일들이다. 글로벌 각 지사에서 뭘 했든 나에게는 그 넘의 지겨운 영어일 뿐이다. 글로벌 펌이라 입사했는데 혜택은 없고 내가 배워야 할 지식도 별로 없다.
오전 내내 고객은 자꾸 글로벌 베스트프랙티스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아무리 회사 KM을 뒤져봐도 고객이 원하는 베스트프랙티스는 없어 PM에게 보고하니 ‘홍길동씨, 왜 그전에 B사에서 사용한 내용있잖아. 그걸로 줘버려. 그 고객은 왜 자꾸 그런 것만 달라고 하는거야. 그거 써먹을 것도 아니면서… 에이’ 하고는 휙 나가버린다. ‘아니, 누가 그걸 몰라. 내가 그거 제시했는데 고객은 아니라고 하니까 그렇지. 이제 어쩌냐?’ 이 넘의 PM은 왜 내 이야기는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지 할 말만 하고 나가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PM도 자꾸 깐깐하게 구는 고객이 미운가보다.
오후에 베스트 프랙티스를 안 내놓는다고 툴툴대는 고객을 달래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이야기하고 그 방법이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고객은 내 생각을 믿지 않는 눈치다. 설득이 쉽지 않다. 이번 고객은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내 말을 안 믿는다. 어쩔 수 없다. 오전에 KM에 접속해서 허접한 사례를 하나 건진 것이 있는데 내가 이야기 한 방향과 맞는 것이라 한번 출력해서 쥐어줘 본다. 과거에도 영어로 된 자료를 고객에게 주면 수월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하 이번에도 넘어간다. 왜 진작에 이런 자료 안 주었냐고 히히낙낙이다. 내가 설명했던 것보다 수준이 낮은 것인데도 이런 방법으로 해야한다고 오히려 나를 가르치려 든다. 방금전에 회의할 때 똑 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단순함의 극치인지 아님 뻔뻔함의 극치인지 헤깔릴 지경이다.’
PM이 뭔 불만이 있는지 화가 잔뜩 나 있다. 지금 걸리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 이름을 부른다. ‘젠장’ 가보니 왜 오후 회의 결론을 그렇게 내렸냐고 화를 내버린다. 아직 보고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결론이라면 프로젝트 방향성에 맞지 않는 것이란다. ‘프로젝트 방향성이 그쪽이 아니었나? 그전에는 그쪽이라고 한참을 열변 토해놓고선’ 언제 프로젝트 방향성이 바뀌었냐고 하니 오전에 고객과 이야기하다가 중요한 fact가 있어서 바꾸었단다. 내가 신인가.. 자기 혼자 속으로 바꾼 방향성을 내가 어찌 아는가? 억울해하고 있는데 나보고 왜 메일을 안 봤냐고 윽박지르고 있다. 자기가 바뀐 방향성에 대해 메일로 통보를 했단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오른다. 오후 내내 고객과 씨름하느라 메일 볼 시간이 어디 있었는가? 이번 PM과는 왜 이렇게 안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이번 PM이 무능하다. 저런 PM은 되지 말아야지. 왜 자꾸 고객에게 휘둘리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맞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합의했으면 밀어붙이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저 고객이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하면 맞습니다. 하고 휙휙 바꿔버리니 했던 일을 또하고 했던 일을 또하고 한다.
저녁 먹고 바뀐 방향성에 따라 보고서를 다시 쓰고 있다. 갑자기 바뀐 방향성이라 관련된 정보도 부족하고 고객에게 현황을 물어보려고 했더니 그새 퇴근해버렸다. 이러면서 나보고 일찍 출근 안 한다고 쪼니 내 심정을 누가 알까? 내일까지 보고해야 하는데 자료가 미흡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에서 프로젝트 보고서로 냈던 것 중 유사한 것을 끼워 넣어본다. 그럴듯하다. 조금만 수정하면 되겠다. 약간 허접하지만 내일 보고는 때워 넘길 수 있겠다.
일들이 마무리되가는지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퇴근하려고 눈치보고 있는데 갑자기 PM이 술한잔 어떠냐고 묻는다. ‘아니 술자리까지 PM하고 같이 있어야 하나’ 그러나 어쩔도리가 없다.
PM이 과거 자기가 한 프로젝트에 대한 무용담이 시작되었다. 말만 들으면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혼자 다한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 끝내고 나면 또 딴데 가서 거창하게 포장해 설명하겠지. 2시간 정도 듣고 나니 집에 가고 싶다. 그저 피곤할 따름이다. 귀에서 PM 말이 웅웅 거리지만 졸리는 눈을 감당할 수 없다.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오니 새벽 3시다.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어가니 4시가 다 되어 오늘도 잠이 부족하다.
이러한 것이 일반적인 컨설턴트의 삶이 아닐까? 둘다 약간은 과장된 표현이 있을지 모르지만 바라보기에 따라 천양지차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네요.
저만 이렇게 느끼는 것인가요?
# by | 2008/04/09 08:36 | Consulting inform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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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인 요소(고객, PM, 등)는 객관적인데,
제가 느끼기에 가장 큰 차이점은 '태도'인거 같네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과,
같은 상황에서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컨설턴트로써 잘 견디기(?)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 컨트롤이 정말로 필요하지 않을까하네요^^; 아님 정말 여러 외부적인 압박에 갈대처럼 휘청거리기 쉽상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