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 원칙있는 사회는?

삼성 특검이 마무리된 듯 하다. 이 결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서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고 그 결과가 미치는 후폭풍을 나름대로 추정, 추론하곤 했다 그 배경에는 아마도 사회의 자정능력에 대한 시험대로 여겨질 수 있는 리트머스라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이유 외에도 나에게는 또 다른 이유로 특검 결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남아있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일주일 전쯤 모 그룹의 부회장님과 저녁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수고했다는 답례 성격의 저녁이었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회사 직원들과 컨설턴트 몇 명이 참여한 자리였었는데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프로젝트 진행 시 어려웠던 점, 향후 운영 등 회사적인 이야기와 부회장님께서 그 그룹에서 성장해 왔던 과거 이야기들이 화제로 등장했었고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대선을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선 결과에 대한 예측도 화제로 올랐었지만 정치적인 사안이었기도 했지만 누구나 다 예측 가능한 결과라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대신 그 시점에 터져 나온 삼성 비자금과 BBK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화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사안들에 대해 그룹의 부회장쯤 하시는 분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부회장님께서도 컨설턴트들의 생각이 궁금하셨나 보다. 갑자기 이팀장, 전략을 하는 컨설턴트로서 이번 삼성 사안은 어떻게 결론이 날 것 같아?” 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상당한 답변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에구, 부회장님도…. 나를 또 시험에 들게 하다니…)

 

가볍게 대답할 수도 있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에 대해 그리 가볍지 않은 무게를 느껴야 했다.(회사의 전략방향을 재조정하라고 권고한 나에게 기대하는 답변이라…) 평소 이 사안에 대해 가졌던 결론을 이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답변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식사자리는 일순 조용한 느낌이었다.

 

이리 저리 고민한 다음 가볍게 이번 비자금도 그동안의 전례와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특검은 진행이 될 것 같지만 그 결론은 흐지부지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면서 부회장님의 표정을 살펴봤다.

외외로 간단한 답변이고 논거를 충분히 대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런지 약간 실망하는 눈빛으로 나는 생각이 좀 달라요. 이번 사안은 그리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삼성 같은 큰 그룹이 그런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라는 사안은 큰 충격이고 지금 사회분위기로 보아서 많이 들쑤시고 뒤집어 변화가 있을 것이다. 삼성 같은 회사가 그러면 안되지라는 견해를 내 놓으셨다.

 

그 자리에는 부회장님 외에 오너 2세도 있던 자리였고,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명도를 보았을 때 내 눈에는 부회장님도 같은 동류집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내 생각과 부회장님의 생각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왜 부회장님의 눈빛은 그랬을까? 나에게 무언가 분석적인 답변을 기대하셨기에 그런가? 부회장님의 생각과 내 생각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그리고 누구의 말이 맞게 될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고 그 결과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이내 곧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이제 삼성특검 결론이 내려졌고, 그에 대한 대가에 대해 사회적인 찬반 양론이 있다. 일반적인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결론의 미흡함과 대가의 미약함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린 결론도 그 당시 식사자리의 내 결론과 다르지 않은 흐지부지라는 이미지이다.

아침에 와이프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나누었고, 내가 와이프에게 한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니가 죄없음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들에게만 가면 검찰 또는 법 집행하는 기관에서 니가 죄 있음을 내가 검토해보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니 고로 죄가 없더라(있더라도 미약하더라). 이러니 법 집행이 이중적인 잣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였다.

과연 부회장님께서는 지금 이순간 어떤 생각을 하실까? 부회장님께서 받으실 느낌은 본인께서 생각한 바대로 그냥 끝내지 않았다라고 느끼실 것 같다. 서로의 생각에 대해 공감하고 동일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눈 대화이니 지금 느끼는 결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컨설팅 시 상호 공감할 수 있는 의사판단 결정의 기준 설정에 대한 중요성을 느껴본다. 무언가 사안에 대해 의사판단 할 경우 이해관계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결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 그것이 원칙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좋은 컨설팅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번 삼성 특검과 같이 이해관계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도 모호한 상태에서 결과가 내려지는 것은 원칙없는 사례를 또 하나 양산하여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 같아 화창한 날씨와 대비하여 더욱 씁쓸한 기분을 안겨다 준다.

by 상열 | 2008/04/18 11:34 | small idea & insight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youlee.egloos.com/tb/25365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