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06일
인터뷰 결과서 정리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나면 많은 뒷치닥거리가 남습니다. 개개인의 인터뷰 결과서를 정리해야 하고, 그 개개인들의 인터뷰를 취합하고 그 안에서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항들을 통찰력있게 끄집어 내는 작업입니다.
이런 일을 어떤 컨설턴트에 주는 것이 맞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인턴이나 막 컨설팅을 시작하는 초급에게 주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프로젝트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대부분 제가 정리하고 제가 최종 결과서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계속 제가 한다면 밑에 있는 컨설턴트들은 이러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뺐는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인터뷰 질의서부터 인터뷰 일정, 인터뷰 대상자 접촉, 인터뷰 수행, 결과 정리, 최종 결과 정리까지 컨설턴트들에게 위임하고 저는 Guideline과 조정 작업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직접 제가 인터뷰를 이끌어가고 컨설턴트들을 배치시켜 제가 하는 모습을 보게 했습니다. 이후 인터뷰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기특한 면도 있고 아쉬운 면도 있게 됩니다. 더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도 나름 몇 가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인터뷰가 끝나고 최종 결과 정리를 누구에게 시킬까 하고 고민하다 과감히 인턴보고 정리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다른 컨설턴트들이 바쁘기도 했지만 왠지 인턴이 하기에 적절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시켜보았지요. 당연히 해본 적이 없을 테니 제 딴에는 자세히 작성요령을 도식화하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설명하는 요령이 부족했는지 인턴의 표정이 난감해지더군요. 그 표정을 무시하고 해와! 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곤 지켜보니 한 이틀을 끙끙대고 3장의 장표를 가져옵니다.
대충 훝어보고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말한 결론만 요약하지 말고 왜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배경도 같이 정리하라고 다시 지시를 했습니다. 다시 하루 정도를 고민하여 작성하였다고 하길래 출력하여 하나 하나 검토해 보았습니다.
일단 읽어봐도 무슨 내용을 정리했는지 퍼득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문장을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생각해보니 문장 구조가 틀려있었습니다. 아항! 역시 한국어가 어렵지. 라는 느낌에 씩 하고 한번 웃지만 맘은 씁쓸합니다.
다시 몇 문장을 읽어보니 위험스러운 이야기들도 쓰여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 또는 보고자가 보기에 적절한 단어로 순화되거나 수위조절이 필요한 뉘앙스들이 가감없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문서라는 것이 주는 위력이 커 외부로 유출되면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는 사안이 될 수도 있기에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제된 문장을 가지고 보고자에게 말로써 설명을 해서 충분히 의견 개진이 가능한 부문은 정제해주어야 합니다. 아직은 인턴에게 이런 기대까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부문은 설명을 해주어야겠지요.
마지막까지 읽어보고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이 하고 싶은 말들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파악해보고자 하지만 쉽게 접속이 안 됩니다. 소통의 부재는 여기도 존재하는가 봅니다.
인턴을 불러 교정에 들어갔습니다.
1. 영어 잘한다고 영어어순식 또는 꾸미는 식으로 한글을 쓰지마라. 같은 내용이라도 문장이 길어지고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서술어를 형용사나 부사처럼 쓰고 서술어가 색체없는 이다, 아니다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은 참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붙어있는 영어가 아니지 않습니까?
2. 요약 정리하는 것은 좋은데 인터뷰 안 해도 되는 결론을 도출하지 마라. ‘우리 회사가 성공해야 합니다.’ 라는 식의 요약은 곤란하겠지요? 여기에 온갖 꾸밈어를 넣어봐도 결론은 이와 같다면 인터뷰를 왜 했는지 참 허탈합니다. 그래도 기대한 것은 ‘우리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적 역량 강화입니다.’라는 수준 정도였습니다. 더 좋은 답은 ‘많은 분들께서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말뿐이고 실질적인 지원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라는 식일 듯 합니다.
3. Fact를 정확히 표현하라 요약하다보면 Fact 자체가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킬 것은 지켜야겠지요. 컨설턴트가 조,중,동 신문기자 중 일부 기자들처럼 왜곡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4. 보는 사람, 인터뷰 대상자의 상황을 인지하고 배려해서 글을 다듬어라. 말이야 구어체로 하고 적나라하게 할 수 있지만 문장은 어느 정도의 정제된 감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와 같은 몇 가지를 지적하곤 다시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인터뷰 정리 하나만으로 4일 이상이 흘러버렸네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인턴이 하기엔 인터뷰 정리라는 작업은 무리인 일이었나 봅니다. 제대로 작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만 4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부디 같이 일하고 있는 인턴이 어디 가서라도 인터뷰 정리만큼은 잘 해서 제가 시간투자한 보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 by | 2008/08/06 20:03 | Do consulting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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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시 제일 힘든 부분은 웹 서치 같아요. 웹으로 자료를 어떻게 찾고 보관하시는지 궁금하네요.